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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의 인생 이야기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되 서두르지는 말자 - 스티브 잡스

by hodwoo 2020. 7. 29.

Q. 친구나 가족들이 "너는 참 못됐다"고 지적할 때가 많아요.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까지도 그렇게 말할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남들이 나를 비난할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요?

 


 

A. 기분 좋은 질문은 아니네요. 내가 비난을 많이 받아봐서 도가 트였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속상해도 부정하지는 않을게요. 사실이니까요. 나는 비난을 많이 했고 또 그만큼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기억하세요. 남이 나를 비난한다고 자신까지 가세하면 안돼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되 서두르지는 말자'고 다짐하면서 자신을 다독여보세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나는 최강의 독설가입니다. 사회생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에게도 독설을 꺼리지 않았어요. 친부모를 두고 '정자 은행과 난자 은행'이라고 표현할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내 입에서는 그런 막말이 쉽게 나와요.

 

 "그들은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이었어요. 가혹한 게 아니에요. 사실 그랬어요. 더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렇게 매몰차게 말했던 건 친부모와 내가 생물학적 인연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갑인 친부모는 스물셋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는데 결혼 반대가 심했다고 하더군요. 출산과 동시에 나를 입양시켰다고 하던데 말이 좋아 입양이지 사실은 버린 것이죠. 이후로는 거의 교류도 없었어요. 친부모는 내게 생물학적인 의미밖에 없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정자 은행과 난자 은행이라는 아주 차가운 표현을 썼어요. 

 

 그런데 나에게 23은 운명의 숫자일까요? 고등학교때부터 사귀었던 애인 크리스앤 브레넌이 스물세 살 때 딸을 출산했어요. 나도 스물세 살이었어요. 임신은 계획에 없었던 일이죠. 크리스앤이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차갑게 반응했어요. 결국 우리는 이별했고 1978년 크리스앤은 나 없이 아이를 낳았어요. 딸 리사가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딸 리사(왼)과 스티브 잡스(오)

 

 그런데 이때부터 나의 독설은 더 심해집니다. 딸 리사가 내 아이가 아니라고 고집했어요. 그게 사실이면 엄마인 크리스앤은 다른 남자와 아이를 만든 후 나에게 덮어씌운게 됩니다. 심각한 불명예였겠죠. 그래도 나는 새 생명과 무관하다고 우겼어요. 크리스앤은 큰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나의 발뺌은 일취월장해서 내가 불임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1971년에 결혼해서 세 아이를 낳았으니 불임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때는 그렇게 외쳤어요.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는 과학의 권위까지도 부정하며 친부가 아니라고 외쳤습니다. 1980년에는 친자 확인 DNA  테스트를 받아야 했어요. 내가 리사의 친부일 확률이 94.4퍼센트로 나왔어요. 당시 기술로 측정 가능한 최고 확률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확률이 100%가 아니잖아요. DNA 검사가 틀려서 내가 친부가 아닐 확률이 충분히 남아 있었던 겁니다. 나는 리사 양육비를 줘야 했지만 그래도 DNA 검사는 부정확하며 난 친부가 아니라고 공공연히 떠들었어요.

 

 

 

 나는 딸 리사에게도 독한 말을 직접 쏟아 부었어요. 리사는 내가 죽은 후 <스몰 프라이>라는 책을 냈어요. 내가 딸에게 못된 말을 많이 했던군요. 한번은 내가 포르셰에 흠집이 생기면 새것으로 바꾼다는 루머를 들었던 리사가 물었죠. 더 안 탈거라면 그 차를 자기에게 줄 수 없냐고 말이죠. 내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넌 그 무엇도 얻지 못해. 이해하니? 아무것도" 참 매몰차게 말했네요. 내 재산을 단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유산도 꿈꾸지 말라는 의미였죠. 그런데 돈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말 속에는 사랑이나 보살핌도 주지 않겠다는 냉담한 태도가 숨어 있었습니다.

 

 나야말로 정자 은행인 듯이 말을 했군요. 너와 나는 오직 생물학적인 관계뿐이니 마음 나눌 생각을 깨끗이 접어두라고 선을 그었던 거예요. 나는 참 모진 사람입니다. 나는 죽을 때가 다 되어서도 리사에게 독한 말을 했습니다. 암으로 침대에 누워 있을 때였는데 리사를 포옹한 후에 "너한테서 화장실 냄새가 난다."는 기상천외한 말을 했다는군요.

 

 

 

 

 그래요. 다들 알고 있잖아요. 나는 제멋대로예요. 남에게 아주 못되게 말하죠.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줬을 거예요. 친구이자 애플의 엔지니어였던 앤디 허츠펠드가 어느 날 내게 물었어요. "가끔 왜 그렇게 못 되게 굴죠?" 나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 <스티브 잡스>에 나와 있어요.

 

 "이게 나예요. 내가 아닌 사람이 되길 나에게 기대하지 말아요."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니까 그냥 이렇게 살겠다는 뜻입니다. 간섭도 말고 평가도 하지 말라는 거예요.

 나는 강력한 비난을 들으면 저런 식으로 반응했어요. 보통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수는 없죠. 최악의 인간으로 취급받을 테니까요. 또 직장에서 쫓겨날지도 몰라요. 나는 괜찮았어요. 사람들이 좋아한 건 나의 인성이 아니라 나의 업적이고 실력이었으니까요. 또 나는 상당한 부를 가졌고 사회적 지위가 높았어요. 인성이 나쁘다고 누가 나를 배척할 수 없었던 거죠. 오만해도 되는 건 거물이어서 좋은 점이죠.

 

 여러분이 보통 사람이라면 비난을 들어도 "이게 나니까 간섭하지 마세요"라고 답해서는 곤란합니다. 외교적 발언이 필요하죠. "노력할게요."라는 말을 던져주면 되는 겁니다. "내가 문제가 좀 있어요. 고치는 게 쉽지는 않네요."라고 해도 좋아요.

 

 다만 마음속으로는 '이게 나야'라고 생각해도 괜찮아요. 모든 사람들이 비난해도 마지막까지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나 자신 말입니다. 나에 대한 비난에 나까지 가세할 필요는 없어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비난을 해도 자기변호를 포기하지 마세요. 마음 속으로는 나 자신을 위로하세요. 그렇게 하면 독한 비난을 견디면서 살 수 있을 거예요. 

 

 

 

 좀 억울한 게 있어요. 사람들은 나를 독설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 독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그들은 정말 칼을 던지듯 비난을 퍼붓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어요. 착한 마음을 갖도록 교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해요. 비수 같은 비난을 막을 방패를 하나 마련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게 뭔가요? 내 생각에는 '이게 나야'입니다. '마음대로 말해라. 그런데 이게 나다'라고 중얼거리며 버텨야 독설의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어요.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죠. 리사에게 정말 한 푼도 안 줬던 건 아니에요. 리사가 하버드대학교 학비 2만 달러를 나의 친구 앤디 허츠펠드에게서 빌린 적이 있어요. 그 돈은 내가 앤디에게 갚았어요. 또 내가 리사에게 수백만 달러를 유산으로 줬다는 기사가 <포춘>에 실렸던 것도 아시죠? 아무튼 그래요. 나는 낳기만 하고 나 몰라라 하는 매정한 아빠가 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정자 은행'이라는 비난은 듣기 싫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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