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자가 되었지만 가족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어요 - 성룡

Q. 당신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큰 부자가 되었어요. 스스로 부를 일군 당신은 저의 롤모델입니다. 돈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다가 돈을 많이 벌어서 마음껏 쓰면 아마 많이 행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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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많이들 말하죠. 허튼소리처럼 들릴 겁니다. 배부른 소리 같기도 하겠죠. 그런데 사실입니다. 돈이 행복을 주지는 못해요. 돈을 펑펑 쓴다고 행복하지는 않다는 걸 내가 경험했습니다.

 

 

 

 나는 2018년에 자서전 <네버 그로우 업 'Never Grow Up'>을 냈습니다. 놀란 팬들이 많을 겁니다. 내가 저질렀던 잘못들을 그 책에 솔직하게 고백했거든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가난에 시달렸던 나는 어느 순간 엄청난 부자가 되었어요. 스턴트맨으로 일하면서 하루 5홍콩달러를 벌던 내가 영화 한편 당 500만 홍콩달러를 받게 된 것이 1980년대입니다. 나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할리우드 영화에도 출연했어요.

 

 나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상상만 하던 거액을 벌었고 또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써댔습니다. 한국 돈으로 5억 원이 넘는 현찰을 들고 다닌 적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술을 사주고 선물도 했죠. 1년에 20억원 넘게 사람들에게 밥 사주기도 했어요. 술도 매일 마셨고 음주 운전을 하면서도 아무 죄의식이 없었어요. 아침에는 포르셰를 몰다가 사고를 내고 저녁에는 벤츠를 망가뜨린 적도 있어요.

 

 

 

 그런데 나는 왜 그랬을까요? 엄청난 돈을 써대면서 으스대고 싶었던 걸까요? 아마도 마음이 비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의 찬사와 감사를 갈망했던 겁니다. 돈을 벌어서 내가 행복했을까요? 아닙니다. 돈을 번 후에도 나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돈을 아무리 탕진해도 행복은 다가오지 않았어요. 선물을 받는 친구들의 환호가 내게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나는 부자가 되었지만 가족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어요. 충실한 남편이 아니라서 아내에게 잘못을 많이 저질렀어요. 아이에게도 나쁜 아빠였어요. 자서전에 고백했듯이 아들 제이씨가 두 살일 때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극히 위험한 행동을 했어요. 아이를 집어 던졌던 겁니다. 아이가 소파에 떨어졌으니 천만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어요. 

 

 

 돈만 많이 번다고 행복해지지는 않아요. 마음이 충만한 사람이어야 돈을 번 후에 행복해집니다. 또 이미 행복한 사람은 가난의 불행이 닥쳐도 큰 상처를 받지 않을 것 같아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행복을 배울 여유가 없었던 내 자신이 안쓰럽네요. 집이 가난해서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일곱 살이 되어서 중국 드라마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었죠. 거기서 나는 무술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고됐는지 모릅니다. 하루 일과가 이랬어요.

 

 

 

 "오전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정오까지 쿵푸 훈련을 한다. 점심 식사다. 저녁 5시까지 훈련을 하고 저녁을 먹는다. 밤 11시 취침 시간까지 훈련한다. 이걸 다음날도 다시 반복한다."

 

 하루 종일 무술 훈련이었어요. 어린아이가 그 고된 과정을 겪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웃고 떠들고 행복해야 할 꼬마에게 너무 가혹 했습니다. 그런데 고된 훈련만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열일곱 살에 드라마 아카데미를 나왔는데 그때 나는 글을 몰랐어요. 무술 실력은 대단했다고 쳐도 책을 읽을 수 없었고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도 못했던 겁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아요. 무술 실력과 연기 능력만 불균형하게 성장하고, 쓰고 읽으며 생각하면서 행복을 찾는 연습을 하지 못했던 것이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으니 부자가 된 후에도 여전히 불행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돈을 펑펑 쓰면 행복할까요? 탕진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불행한 부자가 세상에 하나도 없겠지요. 

 

 돈은 좋은 겁니다. 돈을 많이 버세요. 그리고 행복해지는 연습도 함께 해두세요.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 부자가 되어서도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